최규서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정동에 있는 집에 함께 모이곤 하였는데 이 집은 귀신이 나와 폐가가 된 곳이다.
매번 아침이면 모였다가 저녁이면 헤어졌다.
일찍이 최규서가 먼저 도착했는데 종일토록 큰 비가 와서 촛불을 밝히고 밤까지 있었다.
그런데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득 한 갑옷을 입고 칼을 찬 장군이 조복을 입고 피리를 불며 나타났다.
규서를 꾸짖어 말하길 “아직 어린 유생이 어른을 보고도 어찌 앉아서 일어나지를 않느냐” 하였다.
그러자 이에 일어나 읍하면서, “마침 혼자 글을 읽느라 어른이 오시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라 하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송구스러워하였다.
그 사람은 흔연히 웃으며 다시금 규서를 보았다.
갑옷을 입은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장군이고 내 뒤에 있는 사람은 각간인 내 아들이다. 우리 부자가 하소연할 게 있어서 오는데 다들 해골을 보고는 놀라서 죽고 만다네.
지금 그대를 보니 귀한 사람이 될 것이네.내 묘는 집의 동쪽 돌기둥 아래에 있고 아들의 묘는 저쪽 돌기둥 아래에 있다네.
주인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거기에 기둥을 세운지 오래되서 기둥에 눌려 이제는 우리 처지가 거의 절박하게 되었네.
그러니 우리 해골을 옮겨주면 후히 보답하겠네.” 하였다.
규서는 어렵지는 않으나 이미 우리집이 아닌데 어찌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장군 귀신은 마루 밑을 파면 은 항아리가 있다고 하면서 파도록 하였다.
그리고 홀연 그 귀신들은 사라져서 규서는 다시 볼 수 없었다.
귀신의 말대로 그 집을 파보니 관이 나왔다.
하나는 고려의 장군이었고, 하나는 고려의 각간이었다.
후에 두 귀신이 와서는 사례하면서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말하길 “그대는 모름지기 판서가 될 것인데 그러면 곧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후에 규서는 등과하였고 정미년간에 병조판서가 되었는데 귀신들이 말한 그 탁언을 잊고 있었다.
판서에 오른지 며칠이 안 되어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 혼령이 나타나서는 이름을 부르며
“그대는 어찌 잊고 있느냐. 화禍가 이미 가까이 이르렀느니라” 하면서 꾸짖었다.
최규서는 그날로 사직하고 용인에 내려가 있었다.
이듬해 삼월 변란이 일어났는데 이를 규서가 먼저 듣고는 고하여 녹훈을 받았다.
- 동패집東稗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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